여드름 치료에 상당히 많이 사용되고 있는 약인 로아큐탄(RoAccutane)의 부작용 사례가 많고 그 증상이 심각해,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척추통증과 불면증, 탈모증 시달려
3년 전 여드름 치료를 위해 찾아간 강남 모 피부과에서, 의사의 권유로 로아큐탄을 처방 받았다는 A씨. 그는 약 복용 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복용하는 3달 동안은 입술이 마르고 몸이 피곤하고 목이 뻐근한 정도였는데, 약을 끊고 2주 정도 지난 어느 날 아침, 척추 마디가 아파서 잠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습니다. 응급실에 갈 정도였죠. 극심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은 한 1달 정도 갔고, 지금도 고통 속에 나날을 보냅니다.”
약의 부작용에 대해 심각성을 깨닫고 A씨는 로아큐탄에 대해 정보를 찾아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더 알아보니, 나와 비슷한 증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B씨도 로아큐탄과 이 약의 한국 카피약을 복용하던 중에 부작용을 겪었다. 얼굴과 입술이 심하게 건조해졌고 코피가 났다. 걸을 때 발목과 무릎이 심하게 아팠고, 만성적으로 피곤했다고 한다.
특히 문제는 머리 감을 때 머리카락이 우수수 빠지는 탈모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탈모가 심해지자 B씨는 약 복용을 중단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피부가 예민하고 몸이 피곤하며 머리카락이 빠지는 증상이 있다고 한다.
‘병원에서 위험성 경고 없었다’
B씨는 “열에 아홉은 거리낌 없이 로아큐탄을 처방해주는 것 같다”며 이는 곧, “양심 있는 의사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병원에서 “여드름 때문에 왔다고 하자마자 ‘약 먹는 데 돈 좀 들 텐데 괜찮겠어?’라는 질문을 받았다는 것. 부작용에 대한 언급은 ‘피부가 건조할 수 있으니 로션을 잘 바르면 된다’ 정도였다고 한다.
B씨는 로아큐탄 약값이 비싸서 한국제 카피약을 먹기 위해 다른 가정의학과를 찾았을 때도, 별다른 언급 없이 바로 처방을 해주었다고 말했다.
A씨의 경우도 자신은 약을 먹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 “제 경우는 가볍지만 없어지지 않는 여드름이었어요. 저는 바르는 약만 사용할 생각이었거든요. 근데 의사는 로아큐탄을 권하더라고요.”
로아큐탄(RoAccutane)은 1982년 로슈 제약회사에서 개발한 여드름 치료제다. 제품의 설명서에는 “다른 치료법으로 잘 치료되지 않는 중증의 여드름”에 효능이 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환자들은 실제 피부과에서 여드름 치료에 대해 다른 치료법에 대한 선택 사항을 제공하지 않고 로아큐탄을 곧바로 처방한다고 이야기한다.
피부과 홈페이지 곳곳에서 대표적인 여드름 치료로 ‘합성 비타민 A제제’ 혹은 ‘피지조절제’라는 이름으로 로아큐탄을 소개하고 있다. 어떤 피부과는 “여드름 발생의 모든 경로를 차단하는 유일한 약”이라고 적고 있다.
기형아 출산, 피부염, 정신질환, 자살 보고돼
미국의 소비자 권리단체인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은 로아큐탄이 개발된 직후인 1983년부터 이 약의 위험성을 경고해왔다. 이 단체는 로아큐탄이 최초의 목적대로 “다른 치료법이 듣지 않는 중증 여드름에만 처방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로아큐탄의 가장 잘 알려진 부작용은 기형아 출산이다. 미국 식약청 FDA에서 수집한 바에 따르면, 1990년까지 로아큐탄 관련 낙태는 1만1천~1만3천 건에 이른다. 또한 로아큐탄으로 인한 기형아 출산이 9백~1천백 건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매우 빈번하게 겪을 수 있는 부작용이 18가지에 이른다. 90% 정도가 구순염을 앓을 수 있고, 몇몇은 피부염, 피부박리, 피부약화 등을 겪을 수 있다. 근육통과 관절통, 안검염과 안구자극, 빈혈과 혈소판 이상, 내분비 및 대사계에서는 고중성지방혈증 등이 일어날 수 있다.
2002년 미국 식약청 FDA는 로아큐탄과 관련해 3천104의 정신질환과 173 건의 자살에 대해 보고 받았다고 알리기도 했다. 로아큐탄의 제조사 로슈 측은 뒤늦게, 제품 설명서에 복용 시 드물게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으로 “우울증, 우울증의 악화, 공격적 또는 과격한 행동, 감정의 불안정”을 추가했다.
여드름만 해결된다면 부작용쯤이야?
이렇게 부작용이 심한 것으로 알려진 로아큐탄이 어떻게 해서 거의 대부분의 여드름 치료에 쓰이고 있을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의 오한석씨는 “어떤 약이든 부작용을 가지고 있고 로아큐탄만 해도 부작용 목록이 엄청 길기 때문에, 의사가 고지의 의무를 최대한 지킨다고 해도 모든 부작용을 일일이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의사의 처방 재량권은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로아큐탄을 복용했던 사람들 중에서는 “독한 만큼 효과가 확실하기 때문에 입 소문을 퍼트리고 환자를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라거나 “한국 카피약이 있는데도 로아큐탄을 권하는 것은 로아큐탄이 비싼 편이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오씨는 만약 더 값싸고 부작용이 덜한 약재로 치료가 가능한데도 로아큐탄을 사용한다면, “단정 지을 수는 없으나, 의사가 약에 대해 잘 모르거나, 제약회사와 유착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환자들이 로아큐탄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많은 이들이 약의 부작용을 호소하고, 치료 중에만 효과가 나타난다고 알리고 있지만, 환자들은 여전히 “로아큐탄이 여드름 치료에 잘 듣는다”고 믿는다. 여드름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보면, “부작용을 앓더라도 여드름이 없어지기만 했으면 좋겠다”며 부작용 사례들을 무시해버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에서 약에 대한 의존이 높고, 유독 미백과 트러블 없는 피부를 강조하는 사회적 기준으로 인해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즉 ‘하얗고 뽀얀 피부’를 기준으로 한 아름다움에 대한 강요와, ‘약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약물만능주의, 부작용 경고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비싼 약을 처방하는 병원의 태도, 이 세 가지 모두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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